하루종일 엄마와 베란다 정리를 했다
상자 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내 시간들.
한 박스에는, 그간 받았던 편지들,
쓰고도 보내지 못했던 편지들이 가득 들어있었는데
정말 너와 내가 이런 편지까지 주고 받는 사이였구나,
싶은 편지 두 통을 들고서,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.
가깝게 지낸 시간은 일년이 채 안되고,
서로를 미워하며 지낸 시간은 수년,
서먹서먹 거리를 두며 가까워지지 못하는 시간이 또 그 후로 몇 해인데,
그렇게 방긋방긋 웃음이 담긴 편지들을 보고 있자니 쓴웃음이 나왔다.
타이밍이었다, 우리가 놓쳐버린 것은.
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다시 친해질 수 없고,
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,
우리의 어리석었던 다툼이, 유치했던 감정들이 아니라
그 기회를 흘려보내버린 것, 지나쳐 버린 것, 그거 일게다.
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정말 가슴 속 깊이 공감하는 말이 있듯,
사랑도 일도 친구도 공부도 그 밖의 모든 일도
정말 제 때 기회가 와줘야 하는 법이고,
또 그 시기적절한 기회를 잘 잡아줘야 하는 법이다.
얼마 전 어떤 일을 두고서 하느냐 마느냐 이틀을 두고
고민하는 내내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드랬다,
정말 내가 3학년이기만 했어도, 냉큼 하겠습니다,
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했을텐데.
그 일만이 가진 수만가지의 매력이 자꾸만 나를 유혹했지만,
결국 나는 시간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'암울한 4학년'이었던거다.
인간관계에 있어서 타이밍에 대한 깨달음은 더욱 더 뼈저리다.
살짝의 삐짐과 다툼 후, 시기적절하게 서로의 오해를 풀면
우린 다시 친구가 되고,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지만,
그 적절한 시기라는 개념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경우,
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게 되어 이젠 정말 끝,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
후회가 남는 건넘도, 후회가 남지 않는 떠나보냄도 있지만,
올해는..... 모르겠다 아직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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